누구에게나 수많은 처음이 있다.
어릴 적 기가 시간 피자 빵 만들기, 과학의 날 고무동력기 , 글라이더 만들기, 바닷가 낚시하기,
도서관 책 읽기, 컴퓨터 게임, 헬스 등 셀 수 없이 많다.
우리가 태어나고 하는 모든 것들이 처음이니까.
하지만 보통 대부분의 것들은 일회성으로 그치고 그마저도 많지 않을 것이다.
즉 Feel 이 오는 것들은 적다는 뜻이다.
무튼 식상한 교과 과정만 받아오던 나에게 어쩌면 평생 함께할 기술을 배우고 진짜 시작을
느끼게 해 준 시기가 고1이다.
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거제에서 살아온 난 자연스레 삼성, 대우 중공업 취직을 목표로 했고
선박에 꽃인 ‘용접’을 배울 수 있는 특수산업설비과에 진학하게 되었다.
겨우 고1 학생이 선박의 꽃이 용접인지 어떻게 아냐하실 수 있는데 그냥 거제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.
용접은 같은 종류 또는 다른 종류의 금속에 열과 압력을 가해서 결합시키는 기술인데
사실 이때까지 큰 감흥은 없었다. 실습 첫날 내 머릿속에 공고라는 이미지는 힘자랑하기에 급급한 남자
놈들과 담배 피우고 껄렁이는 여자들 거기에다 어릴 때 본 ‘싸움의 기술’ 이란 영화로 최악이었다.
그 와중에 청색 실습복을 입어주고 스패너까지 뒷주머니에 넣어주니 이건 뭐 영화가 따로 없다.
그냥 느낌 제대로다.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온 이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을까? 란 의문이 들었다.
하지만, 몇 번의 실습 후에 난 조금씩 바뀌게 된다. 용접은 나랑 굉장히 잘 맞았고 이 학교는 체질이었다
철이 결합하는 것이 신기했고 어떤 압력을 가해도 새지 않는 물이 놀라웠다. 왜 붙는 거지?
온도는 5000도까지 올라가네? 이걸로 배를 만드는 거야? 나도 할 수 있을까?
기대되고 혹시 실수할까 불안하기도 했으며 남들보다 잘하고 싶어 조급 했고 실제로 경험했을 때 재미가 있었다.
무엇보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눈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.
난 용접에 빠져들었고 실습 시간 하나의 철판을 용접하는 게 주어진 과제이면 매번 3~4 개의 철판을 해 내었고
방학 때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자진해서 실습을 했다.
가끔 힘들기도 했지만 저녁노을이 낮게 깔린 하굣길 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.
학교가 산에 있어 경치가 최고였다. 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졸업하기 전 대부분의 자격증은 모두 취득할 수 있었다.
아쉽게도 지금은 용접을 하지 않지만..
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. 처음 시작한 무언가가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말이다.
그래서 처음을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 긍정적인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.
나에게 처음은 설레고 에너지 넘치는 일이며 재미가 있는 일이다. 난 이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유지하고 싶다.
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. 그리고 그 수많은 처음 중 우리를 사로잡은 진짜 처음이 존재하고
이것은 분명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었다.
당신의 처음은 어땠나요.
우리는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잊고 있던 많은 것을 되찾을 수 있다.
그날의 향기, 그날의 날씨, 그날의 사람들, 그날의 나..
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충분하다.
2020/03/02 - [Daily] - 화장실 똥파리